2018 비교과 우수 후기 공모전(필리핀 어학연수)
- 작성자 정희도
- 작성일 2019-02-14
- 조회수 3418
필리핀이 준 선물
2017년 2월, 상명대학교 ****에 편입하게 된 저는 상명대학교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학교를 찾았습니다. 졸업 학점과 관련된 사항에 집중하고 있을 때, 취업지원팀에서 프로그램 홍보 차 방문하셨습니다. 실장님은 스마트 화상영어, 글로벌 산업시찰단 프로그램 등 저희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에 대해 소개해 주셨고, 그 중 특히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며 ‘필리핀 어학연수’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금액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며 꼭 참여해볼 것을 권하셨습니다. 저는 편입 영어 시험을 준비했기 때문에 영어에는 익숙했지만 영어 회화나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영어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지만 잘 한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비교과 프로그램에 대해 처음 소개를 받은 후, 저는 제 단점을 극복하고자 스마트 화상영어를 신청했고 방학 중에 진행되는 필리핀 어학연수 프로그램도 학교의 지원을 받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기숙사 생활도, 가족과 떨어져 사는 자취 생활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필리핀 어학연수는 저에게 있어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한달여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낯선 해외에서 생활하는 일이 문제 없을 수가 있을까,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한달 전부터 불안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갈 것을 괜한 고집으로 혼자 간다고 한 것은 아닌지, 필리핀이 위험한 나라는 아닌지, 정말 영어 실력이 늘어서 올 수 있는건지에 대한 불안감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출국날이 되었습니다. 함께 떠나는 친구들 중에는 동기와 함께 신청한 친구도 있었고, 저처럼 혼자인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한달동안 방을 함께 쓰게 될 룸메이트가 정해진 상태였지만 서로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공항에서 선생님들을 만나 수속을 진행할 때가 되어서야 룸메이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얘기를 해보니, 저희는 모두 프로그램에 혼자 신청하였고 나이대가 비슷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함께 생활할, 한달의 기간동안 가족이 되어줄 친구들이었습니다. 관심사와 취향이 비슷한 우리는 금방 말을 놓게 됐고, 한달동안 잘해 보자고 했습니다. 낯선 곳에 떠나기 전, 그동안 갖고 있던 불안감을 해소해준 기분 좋은 출발이었습니다.
필리핀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해준 것은 후텁지근한 날씨와 경계하는 듯한 현지 사람들의 눈빛이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주차장 너머에 있는 맨발의 아이들이 텅 비어 있는 듯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캐리어를 끌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버스에 올라탔고, 기숙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기숙사로 가는 길에 우리는 사람으로 꽉 차 있는 트럭과 부랑자들을 봤고 새로운 나라에 왔다는 설렘보다 괜히 온 것 같다는 걱정감이 앞서는 첫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기숙사를 나오고 우리의 걱정은 해소되었습니다. 제대로 마주한 기숙사는 마닐라 부촌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공부하러 갈 학교까지 5분 정도의 거리였고, 바로 앞에는 굉장히 큰 쇼핑몰이 있었습니다. 베네치아를 모티브로 한 쇼핑몰로, 온갖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저는 룸메이트들과 하루 종일 학교와 쇼핑몰을 둘러보며 걱정은 기우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모두 친절하고, 제공해주는 밥도 모두 한식으로 맛있었습니다. 학교, 기숙사, 쇼핑몰에서 매일 에어컨을 틀었기 때문에 더운 것은 잠깐이었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 교통수단인 지프니를 타지 않고 우버를 이용하면 됐기 때문에 근처에 놀러가기도 편리했습니다. 현지 사람들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인을 좋아했고 저희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저는 점점 필리핀 생활에 익숙해졌고 영어를 사용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주중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휴일에는 놀러 다니며 필리핀 문화를 경험하였습니다.
필리핀 학교에서 영어 공부는 원어민 선생님과 1대 1 대화, 10명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룹 활동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원어민 선생님과 1대 1로 대화를 하는 공부가 도움이 많이 됐는데,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제가 부족한 부분을 지도 받고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일이 익숙해지는 등 회화 부분에 있어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알아야 했기 때문에 더욱 생각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수업적인 대화 외에, 선생님의 생활과 어린시절 등 일상적인 대화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와 다른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가치관과 생활을 직접 듣는 일은 제 인생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TV 프로그램이나 책 등으로 많이 듣는 얘기지만, 같은 이야기여도 매체를 통해 보는 것과 실제로 보며 공감하고 느끼는 일은 많이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에서 항상 급하게, 나는 남들보다 늦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저는 필리핀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삶에 대해 배우게 됐고 그 결과 저는 지금 그때보다 긍정적이고 남들과 저를 비교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기억에 남는 활동은 휴일에 마닐라베이에 놀러 갔던 일과 학교에서 진행한 믹서나잇입니다. 믹서나잇은 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친구들이 한데 모여 즐기는 파티였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함께하는 파티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필리핀 어학연수’ 프로그램에서 얻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 룸메이트들과의 인연입니다. 저는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온 이후에도 룸메이트들과 자주 만나면서 일상적인 얘기를 하거나 함께 여행을 다녀옵니다. 그때의 일을 추억하며 아직도 웃고 그리워하는데, 그만큼 필리핀 어학연수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게도 소중한 경험이자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다른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의 대화입니다. 필리핀 어학연수는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만, 제가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이유는 저희가 의외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과 대화하고 소통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입니다. 학원에서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 외에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저희는 외국인과 마주하면 겁부터 나고 피하게 됩니다.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여 다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다르게 세상을 보고 있는 사람과의 소통은 많은 부분을 변화시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삶에 소중한 인연들과 긍정적인 영향을 준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른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