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비교과 우수 후기 공모전(상명토론대회)
- 작성자 정희도
- 작성일 2019-02-14
- 조회수 3832
제5회 상명토론대회 참여 후기
타인과 함께 생활할 때는 수없이 많은 의견대립이 존재할 수 있다. 의견대립은 쉽사리 갈등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 갈등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않을 시에는 단절, 해체 등 부정적 결과들을 초래하기 쉽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등 상황들에서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잘 말하는 것만큼 잘 듣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공감하거나 양보하여 내 생각을 고치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교양프로그램에서 공감은 지적 능력과 관련 있다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 말은 즉, 공감도 연습하고 반복하면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타인과의 갈등상황을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연습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토론이다. 토론은 TV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처럼 넥타이를 맨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어려운 의사소통 방식이 아니다. 주장과 근거가 포함된 일상적인 대화 상황 자체가 토론이 될 수 있다. 나는 평소에도 타인의 생각을 묻고 그 생각에 대해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내 의견을 덧붙이며 이어가는 대화를 좋아한다. 그 덕분인지 교내 토론대회에도 관심이 계속 갔었던 것 같다 매년 개최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결과에 대한 자신이 없어 여태 참가할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한번쯤은 ‘말’을 잘한다는 검증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특히 우리
대학의 이름을 건 대회에서 입상하게 되면 평생의 자랑거리가 생길 것 같았다. 상명 토론 대회는
2인 1조가 원칙이기 때문에 평소 여러 가지 화제를 두고 몇 시간이고 대화하곤 했던 잘 통하는
후배와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
토론 대회는 ‘상대평가를 폐지해야한다.’라는 주제가 선정되었다. 사실 대회에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은 예비교사를 꿈꾸는 사범대학 학생으로서 이 문제는 꼭 우리가 다뤄야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뿐만 아니라 상명대학교에서는 대부분의 성적 평가가 상대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인지 다양한 학과에서 많은 참여가 있었다고 들었다. 또한 대회 준비시기에 토론대회와 관련된 내용을 해당 학과 교수님께서 아주 상세히 특강해주시기 때문에 토론대회 주제를 겁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회 예선은 입론서 평가로 이뤄지고 본선이 ‘CEDA토론’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을 모두 준비해야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는데 양측입장을 각각 이해하고 옹호를 해보니 두 입장 모두 가치 있게 다가왔다. 물론 토론 경기에 있어서는 한 입장만을 주장해야하지만, 상반되는 입장이 서로의 단점을 장점으로 보완했을 때 더 나은 이론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료조사에 있어서도 양 측의 자료를 다 찾아야 했기 때문에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었는데 결과적으로 다른 팀보다 많은 양의 근거를 보유하게 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논점에 맞는 자료들을 솎아내는 능력이 쑥쑥 신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입론은 규정 양식과 분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딱 한 장에 우리의 주장과 근거를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실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근거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최신 자료를 사용했고, 진부하거나 다른 팀도 작성했을 법한 내용들은 모두 제거하고 우리 팀만의 언어로 입론을 작성했다. 입론서는 글이지만 토론대회에서의 발표할 것을 대비해야했기 때문이다. 며칠간 늦은 시간까지 회의를 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수정 작업을 거친 뒤 완성된 입론서는 정말이지 애착이 많이 갔다. 마감시간을 거의 가득 채워서 ‘진인사대천명’을 외며 입론서를 제출하고는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떠올리니 아찔함에 살짝 눈물을 흘렸던 것 같기도 하다. 긴장으로 잠 못 이루길 나흘째 되던 날 저녁, 본선진출자가 발표됐고 무척이나 다행이도 명단에서 우리 팀인 ‘점점 빛날 여름 숲’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선까지 약 열흘의 준비기간 동안 CEDA토론에 대한 교수님의 특강과 입론을 교수님께 피드백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CEDA토론은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입론과 반박, 반대 신문까지 아주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 순서와 방식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교수님께서 다양한 예시로 자세하게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나처럼 토론대회가 처음인 학생들도 기억하기 쉬울 것이다. 또한 경기로서의 토론이기 때문에 찬성과 반대 중 선택된 입장에 100% 전념해야 하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교수님의 피드백 지도에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입론이지만 빈틈이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해주셔서 더욱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만반의 준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드디어 토론 대회 본선 날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 리허설을 간단하게 마친 다음 경기장으로 갔다. 총 8팀의 본선 진출팀이 있었는데 무작위로 정해진 순서로 토너먼트 경기가 진행되었다. 경기에서의 찬, 반 입장은 제비뽑기로 정해졌는데, 우리 팀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대평가 폐지 반대의 입장만 3번 연속으로 뽑았다. 사실 우리 팀원 모두 상대평가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찬성을 뽑으면 1승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준비 때부터 얘기했기 때문에 찬성 측을 대변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내 생각과 다른 입장을 고려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 결과가 우승이었기 때문에 토론대회의 긍정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토론 경기는 약 4~50분 정도 소요됐다. 교수님들께서 지켜보시는 앞에서 내 입론을 발표하고 상대방의 입론을 반박하고, 빈틈을 찾아 반대 신문하는 것이 처음이라 조금 긴장됐지만 몹시 재밌었다. 마지막 반박이 끝나면 경기자들은 다시 대기실로 돌아가서 결과 발표를 기다리게 되는데 이 시간이 경기 진행 때보다 훨씬 떨렸다. 여유로운척 나눠주신 샌드위치와 주스를 먹었지만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모든 노력을 쏟아 부은 덕택인지 토론대회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우승하게 돼 몹시 기쁘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음 대회에도 참여하고 싶은 생각도 한다. 단과대학별로 경기를 진행하고 통합 우승자를 가리는 등으로 규모가 커져도 재밌을 것 같다. 의미 있고 몹시 즐거웠던 대회를 의사소통센터에서 주최해주셔서 감사하고 많은 도움을 주셨던 교수님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른 학생들도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Instagram에 올렸던 글을 첨부한다.
대학교 1학년 여름, 국가의 부름에 따라 의무경찰을 지원하여 시험을 보러 갔었다. 당시 육군에서 비극적인 사건사고가 연달아 일어나 의경 지원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의경고시’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었다. 경쟁시험의 마지막 단계는 면접이었다. 사실 이 면접고사에서 모든 합격 당락이 가려진다는 소문이 무성할 만큼 매우 중요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 면접을 보시던 경찰관께서 단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하셨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지만 가장 빠르게 떠올라 대답한 단어들이 ‘화합’과 ‘관용’이었다. 화합은 서로가 잘 어울려야한다는 의미였고, 관용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날 같이 시험을 본 다른 면접자들은 모두 떨어지고 나만 합격했기 때문에 지금껏 모범 정답을 대답했다고 믿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을 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감을 인지해야할 것이다. 건강한 화합을 위해서 관용이 필요하다. 의견 대립이 있을 때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공감이 있다면 갈등이 심화되지 않을 것이다. 토론대회를 준비하며 이 경험을 간접적으로 겪을 수 있었다.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왜 이렇게 피로하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참 어렵다’라고 느끼는 친구들이 있다면 토론 대회에 참여해보자! 토론을 하며 내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다보면 어려움을 느끼던 관계를 순조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